Part 1 : in Japan/Love, Men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판타지를 이룰 때

로즈마카롱 2021. 9.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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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판타지를 이룰 때


2020년 11월 23일


 나에겐 3살 위의 언니 W가 있다. 여느 자매들이 그렇듯 우린 서로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자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이다. W는 어릴 적 전 동방신기의 팬이었는데, 나는 그런 W를 따라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지금까지도 나만은 여전히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기르고 있었다. 나는 그룹 NCT 소속의 새침한 이미지의 다정한 성격의 한 멤버를 응원해왔다. 외국 국적인 그가 한국에서 고생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임하는 모습이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를 보면 항상 외국인과 외국어 사이에 둘러 쌓여 있는 나를 보는 것 같았고, 이런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그가 알게 된다면 어떤 누구보다도 더 깊게 공감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나의 일상을 응원해주는 수호천사와도 같았고, 예술가이기도 했으며 가끔은 내게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이 될 만큼 각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내가 현실과 그를 구별하여 생각하는 탓일까 (다행스럽게도?) 그는 나를 판타지 속에만 살게 하는 ‘남자’는 아니었다.

 우리는 잠들지 못하는 외로운 밤엔 가끔 누군가를 떠올린다. 나의 경우엔 관계가 시작되지 않았던 현실 인물을 한정으로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통해 알고 지낸 Y, 늘 엇갈리는 타이밍에 지금도 정의할 수 없는 관계 속의 J, 코로나 속에서도 즐거웠던 술자리의 K… 그와 같은 인물들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가 어떤 아이돌을 좋아해 늘 상 화면 속 세계에 판타지를 꿈꾸는 것 같다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녀의 판타지는, 지금 그런 쓸떼없는 걱정하고 있는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경우도 똑같다. 그의 이상형이 되기엔 스스로가 부족하다며 자신을 잃지 않아도 된다. 비로소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판타지를 이룰 때, 우리는 그것을 연애라고 부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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