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여름 사랑의 향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를
운명적인 여름 사랑의 향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를
2021년 7월 26일
멋진 사랑 이야기는, 보통 잊을 수 없는 한여름에 일어난다. 지루한 일상을 음미하는 그녀에게,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새로운 걸 깨닫게 된 그녀에게, 그리고 나처럼 여느 때와 같이 바쁜 일상에 치이고 있는 그녀에게도, 멋진 사랑을 기다리는 모두에게 여름 향기가 불어온다. 흔해 빠진 클리셰 덩어리라도 좋으니 사랑 가득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여름이야말로 내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을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멋진 사랑 이야기도, 진짜 여름도, 여느 때의 소나기처럼 예고 없이 찾아올 테지. 물론 두어 달 지나면 가을이 시작된다는 건 알지만, 나의 사랑은 늘 준비된 한여름과도 같은 상태였다. 뜨거운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원하고 시원한 파도처럼 세차게 일렁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다. 당장 내 손바닥을 펴보면 스타바(스타벅스) 커피 한 잔과 맞바꿀 정도의 푼 돈과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성취감뿐이었지만, 25살의 여름엔 그것마저도 사치스러운 청춘이다.
해가 지고 난 후, 저 멀리 도쿄 스카이 트리가 보이는 베란다 문을 열면 사뭇 시원한 밤바람이 커튼을 흔든다. 작년에 상상했던 여름은, 마치 마루 밑 아리에티가 된 것처럼 나만의 쇼를 만나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떨림을 간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여름은 니모를 찾아서 보다 더 어려운 ‘사랑을 찾아서’였는데, 나의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부지런히 헤엄쳐 금방 그를 찾아내고 마리라 생각했다. 성큼 내민 내 발이 고운 모래 속으로 빠져들 듯 이 여름의 바다보다도 단단히 날 감싸 안아줄 사랑이 하고 싶다.
이다음에 만날 사람이 정말 운명의 상대라면, 나의 여름 사랑은 어떤 향기일까? 내가 좋아하는 플로럴 향일까? 만약 그게 너무 봄에 가깝다면 그는 아쿠아마린 향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젊음과 옥색 빛 행복을 품고 있는 사람. 내가 항상 사랑에 빠져버리는 물고기자리가 어울리는 푸르른 영혼의 사람. 이 여름의 끝에서 그를 되돌아봤을 때, 적어도 그가 가진 것이 진실한 사랑의 향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의 향기를 꿈꾸고 있다.
아직은 너무 현실적인 것들을 따지고 싶진 않다. 언젠가 사람보다는 배경을, 사랑보다는 조건을 따져야 하는 무색무취의 연애를 해야 할 나이가 오는 것이라면, 그전에 꼭 한 번은 제대로 된 진한 사랑의 향기 속에 갇혀 보고 싶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여름 방학을 보내던 15살의 소녀 시절로 다신 돌아갈 순 없지만… 왠지 35살의 나는, 과거 20년 전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이 지금 그대로의 향기를 머금은 채 존재할 것만 같다. 영원한 여름을 그리는 바보 같은 순수함의 향. 언젠가 이런 나에게 운명적인 여름 사랑의 향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