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in Korea/사랑, 남자들

그 모든 길은 적어도 내게 있어 초행길이라는 것

로즈마카롱 2022. 9.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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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길은 적어도 내게 있어 초행길이라는 것

 

2022년 4월 11일

  요 근래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내 인생 지침서가 있었으면…’ 일 것이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를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부모님이나 학생 시절에 만난 은사님들보다 당장의 일상이 평온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앞장서 도와주는 학급 반장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도쿄에서 혼자 살아온 내게는 늘 크고 작은 드라마가 따라왔다. 내 주변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원하는 별난 습관만큼이나 별난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아무튼 그 도시를 떠나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작가 커리어에 발판을 만들기 위해 도전 중인데, 이런 과정들마저 역시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매번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마다 내 인생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 온다. 핸드폰 액정을 터치할 수 있게 된 시절부터 이 세상의 모든 정보들은 그게 어떤 내용이든 동영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초록 검색창에 검색하는 행위만으로 24시간 중 언제든 원하는 소스는 당장이나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믿을 만한 다국어 번역가 채용 에이전시를 찾거나 중국어 비전공자의 중문 교사 석사 과정 대학을 찾는 등의 일들은, 나 스스로 겪어보지 않으면 죽을 때 까지도 모를 미지의 세상 즉, 내가 알려주는 주체가 되어 발신해야 할 정보들이었다. 그러니 인생 지침서가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인데, 나를 위한 지침서가 되어줄 주체 또한 나일지도 모르는 아이러니다.


  내가 선택한 일과 내가 책임질 무게 그리고 또 내가 앞으로 걸어 나아갈 길. 인생 지침서가 있든 없든. 명확히 지도가 나와 있는 길이든 오로지 나의 믿음으로만 가야 하는 그 모든 길은 적어도 내게 있어 ‘초행길’이라는 것을, 어느 쪽이든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지도 없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면, 어깨 가득 짓누른 불안감을 덜어내고 그 대신 새로운 여정을 향한 기대와 설렘을 불어넣자. 긍정적인 기운만을 빌려 발아래로 깔린 어둠을 밝히고 내 안에 가득한 한 송이의 불꽃을 뜨겁게 태워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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