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2 애초부터 나와 맞지 않는 모양의 열쇠 애초부터 나와 맞지 않는 모양의 열쇠 2021년 3월 1일 내가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일하던 그해의 봄과 여름을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냈던 선배가 있었다. R은 간사이 출신답게 건강한 색의 피부와 고양이 같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남성이었다. 그와는 내가 오사카에서 연수를 마치고 도쿄 지사로 발령 난 직후인 5월부터 7월까지를 거의 한 몸처럼 일해야 했으며, 패션과 연예 이야기 (어쩐지 연애 이야기보다 연예 이야기가 더 잘 맞았다) 등 공통 관심사가 꽤 많았기에 금방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친구 혹은 연인 사이에도 매일 연락하는 게 집요하게 느껴지고 매주 만나는 게 버거운 일본 남녀에게 특별한 사이란, 그와 내가 서로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힌트였다. 한국이라면 당연했을 퇴근길의 .. 2021. 10. 24. 나보다 빠듯한 상대를 만나면 나보다 빠듯한 상대를 만나면 2020년 12월 4일 지난 일요일, 자가격리가 풀림과 동시에 가장 급했던 용무를 처리하러 길을 나섰다. 오랜 시간 함께했고 이제 이 관계가 병적이라는 것쯤은 알지만 떼어낼 수 없는 포스트잇 커플 마냥 몇 년간 해약을 미뤄뒀던 구 통신사를 청산한 직후였다. (이름처럼 '신사'답길 바라지만, 이 도시의 '통신사'는 구 남친보다도 악랄하다.) 그래서 새로운 통신사와의 계약을 위해 유라쿠쵸의 빅 카메라를 향했고, 내가 찾아간 창구에는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가 있었다. S는 적당한 키에 새하얀 피부, 마스크를 꼈어도 상상 가능할 반듯한 외모로 남을 돕다는 뜻을 가진 이름의 일본인 남성이었다.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 지 10분 채 지나지 않아 .. 2021. 10. 3.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