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7 오롯한 한 명의 작가로서 오롯한 한 명의 작가로서 2022년 8월 13일 독립 출판을 경험하고 어느덧 두 달이 지나 8월이 찾아왔다. 잠깐 휴식을 가졌던 티스토리를 지난주부터 재개했다. 이로서 노트북은 여름 방학이 끝나 오랜만에 교실에서 만난 단짝 친구처럼 다시금 찰싹 붙어 사이 좋음을 뽐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내 책을 세상에 선보이고 나면, 당연하게 작가로서의 힘이 온몸에 길러지고 창작의 영감이 머리 가득 차오를 거라 생각했다. 전과 비교했을 때, 독립 출판을 기점으로 확실히 샤워할 때나 혼자 길을 걸을 때 등 글의 소재가 떠오르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소재만큼 중요한 것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이어 하나의 글로 완성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해내는 것이 작가로서 언제까지나 잃지 않아야 할 초심이다. .. 2022. 9. 25. 한국 타라레바 아가씨 한국 타라레바 아가씨 2022년 4월 4일 그 도시를 떠나온 이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껏 어디에도 쓰진 않았지만, 나는 도쿄를 떠났고 도쿄는 그런 나를 떠나보냈다. 도쿄 타워가 훤히 보이던 도심 공원 속 오피스, 에비스의 갈색 건물과 어울리는 노을 진풍경, 시부야의 어수선한 교차로 위 흘러나오는 케이팝 가수의 일본어 노래, 돔 시티의 관람차에서 내려다보던 반짝이는 우리 동네 같은 것들… 마치 아직 몇 년은 더 유효한 20대를 전부 내려놓고 돌아온 듯한 외로움 그리고 이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하루 만에 늘어난 한국식 나이까지(25살에서 갑자기 27살이 된 기분이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국은 텅 빈 내 마음속 후회 망상만 가득히 채워주는 것 같았다. “아, 라뒤레 가고 싶어. 로즈 마카롱 먹고.. 2022. 9. 11. LOVE와 LIVE의 알파벳 한 글자 차이 정도의 오류 LOVE와 LIVE의 알파벳 한 글자 차이 정도의 오류 2022년 4월 1일 네 마음속에 오롯이 저장된 줄 알았던 우리의 사랑에 버퍼링이 걸렸다. 내가 써 내려가는 글들처럼 열심히만 작성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던 우리의 사랑은, 이제야 스타트한 아케이드 게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게임은 가상공간에서도 진행될 수 있는 용이한 것이었지만 ‘사랑’은 꺼 버린 모니터 밖에서나 ‘진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룰이었다. 국경을 오가지 못하는 마당에 SNS만이 유일한 연결 고리라, 내가 가진 계정들을 지워버리면 ‘그’마저 흔적 하나 없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들이 마주하는 세상에 사랑의 씨앗을 묻고 충분한 정성으로 키우지 않으면, 이까짓 가짜 사랑은 클릭 한 번에 사라질 만큼 실로 나약한 것이.. 2022. 8. 28. 단 한 번도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타이밍을 엮고 또 엮어 #2 단 한 번도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타이밍을 엮고 또 엮어 #2 2022년 1월 17일 J와의 첫 데이트가 몇 년이 지나서가 아니다. 그가 입었던 와인색 블루종과 그가 운전한 와인색 차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날 뭘 했는지 조금도 떠올릴 수 없음은 아마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나눴던 대화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너랑 데이트하면 당연히 즐거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그게 정말로 즐거웠어!” 빨간 신호에 차를 멈춰 세운 그가 왼쪽으로 고갤 돌리며 말했다. “나도 오늘 즐거웠어.” 나도 운전석의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사실 얼마 전에 일본인 후배랑 데이트(정확히는 외출, おでかけ라고 표현했다.)했었거든? 근데 그날은 말도 안 되게 재미없었어. 우리처럼 자연스럽게.. 2022. 2. 13. 단 한 번도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타이밍을 엮고 또 엮어 #1 단 한 번도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타이밍을 엮고 또 엮어 #1 2021년 12월 30일 웬일로 그에게서 라인이 도착했다. 라인을 열어보니 뜻밖의 문구였다. [부재중 통화 1건] ‘부재중 전화? 잘못 걸었나?’ 그냥 무시할까 생각하면서도 이게 잘못 건 전화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 잘 못 걸었어?] 지나치게 반가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 대뜸 그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는데 “안녕? 잘 지내?” “응, 나야 잘 지내지!... 그나저나 전화 잘못 건 거야?” “아, 응. 아까는 잘 못 걸었어. 근데 지금은 일부러 건 거야! 잘못 걸었다는 말하려고 다시 걸었어.” 이런 귀여운 핑계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런 능.. 2022. 2. 10. 언어라는 이름의 배려 언어라는 이름의 배려 2021년 9월 8일 퇴사 이후 시작한 중국어 공부도 어느덧 반년 넘게 흘렀다. 미묘한 일본어와의 꼬임에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라던가 ‘내 생일은 6월 17일입니다’와 같은 기초 문장들이 좀처럼 외워지지 않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제법 일상 대화가 가능한 레벨까지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나라를 여행한 덕에, 외국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던 덕에 그리고 국제 학교를 졸업한 덕에 외국어를 익히는 것은 항상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였다. 굳이 필요로 인한 배움이 아니었으니 더욱이 쉽게 시작하고 달성할 수 있는 공부이자 취미 생활이었다. 잘난 척하듯 술술 적어냈지만, 도저히 틀리고 마는 맞춤법을 친구가 지적해주거나 매번 부족한 획 수의 한자를 팀원이 수정해주는 일들도 있.. 2022. 1. 9. 이전 1 2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