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골프 선수의 유일한 공통점
2021년 8월 23일
오늘은 월요일 아침답게 기분 좋은 소식들로 하루를 시작했다. 몇 년 만에 쳤던 일본어 시험의 결과가 합격은 물론 만점에 가까웠고, (당연히 N1은 몇 번이고 합격했었다.) 별 기대 없이 출품했던 단편 에세이가 공모전 수상을 따냈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와 놀이터에서 노는 것 다음으로 글짓기를 가장 좋아했다. 몇 학년쯤이었을까, 일찍이 글짓기 재능을 믿어주셨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개인 지도를 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일본어는 물론 영어 그리고 가끔은 한국어로 갖가지 논문을 제출했다. 사회에 나간 이후엔 영업원이 된 탓에 거의 매일 같이 아이디어 제안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연애 칼럼니스트가 된 지금, 연애 칼럼 이외에! 처음 적어보는 장르의 단편 에세이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었다. 이 공모전의 주제는 생명과 사랑에 대한 것으로 연애와는 조금 다른 결의 내용이었는데,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적어 내려갔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 없는 나, ‘작가의 글’이었다.
이 공모전에서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라는 것보다도 더욱 기쁜 점은… ‘상금!’ 글로서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를 받느냐 보다, 나의 에세이에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 최고로 행복한 일이라 느껴졌다.
사실 나의 아버지 J를 이야기하자면, 그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글짓기 대신 골프 선수로서의 재능을 길러주고 싶어 했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대부분의 동아리 시간을 골프장에서 할애하며 개인 코치에게 집중적으로 배웠던 시기도 있었다. 골프는 멋있지만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저 스윙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고 그것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골프 선수가 되면 분명 힘든 것들도 많지만 어디든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일할 수 있어. 네 소원대로 티비에도 나오고 인터뷰라도 잡히면 그땐 모든 언어를 뽐내서 이야기해도 좋단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금이 어마어마하니 일반인들은 느끼기 힘든 큰 보상도 받을 수 있지.”
라며 격려해주던 아버지의 말도 그리 귀담아듣진 않았던 것 같다.
... 왜 갑작스레 골프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걸까, 내 머릿속에 팟하고 정답이 떠올랐다. 골프 선수가 되어 좋은 경기를 치르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 바로 그거. 이는 내가 이제야 깨닫게 된 작가와 골프 선수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어떤 일이든 최고가 되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금전적 가치는 두 말할 것 없이 정점을 찍기 마련이다. 모두가 받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가치. 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는 골프 선수가 되진 못 했지만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작가가 될 것이다. 나의 글의 가치가 눈덩이처럼 점점 더 불어나 이 더운 여름을 끝내줄 만큼 쿨해질 때까지… 지난날의 아버지의 꿈까지 모두 글 속에 녹아내어 뜨겁게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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