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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in Japan/Love, Men

인간의 일생 중 가장 낭비가 아닌 정당화가 있다면 그것은 연애

by 로즈마카롱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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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일생 중 가장 낭비가 아닌 정당화가 있다면 그것은 연애

 


2021년 9월 18일


  인간의 일생이란 자신을 정당화하기에 쏟아붓는 낭비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표정이 상대의 표정이, 나의 말투가 상대의 말투가, 의도와 다르게 전해지는 순간에는 이 세상이 무너진 듯한 고통이 따라온다. 물 밀려오듯 잔잔히 마음속 작은 감정의 방들을 잠식시킨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라던가

‘내가 정말 그런 식으로 행동한 걸까?’

와 같은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더 나은 나를 위한 일인 것 같지만, 그저 스스로를 갉아먹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정작 바닷속 깊이까지 가라앉아버린 감정들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제 아무리 소리치고 울부짖어도 수면 밖의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어푸어푸. 헤엄치는 것은 나와 이 순수한 감정들뿐 이리라.

  나라는 사람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매일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온갖 오해로부터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는 언제까지고 저 아래 아득한 수심까지 나를 떨어뜨리곤 한다.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평범한 말투를 유지하면 사람을 정당화하는 일은 굉장히 수월해진다.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법은 그런 것이라고 배웠다. 정말 모두들 그렇게 재주껏 살고 있는 모습들이 전혀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원히 후련해지지 않을 정당화를 멈춘 순간에도 내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있을까. 가족도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떠나기에, 그것 또한 평생의 정당한 관계는 아닐 것이니. 하루빨리 이 푸른 감정 선에서 벗어나고 싶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줄곧 이 말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되려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보다 당연하게끔 보이는 것들이 더 많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뿐 이잖아.’

그들은 상대의 노력을 가늠할 수 없다. 가늠하려는 그 마음조차 애초에 갖고 있질 않았다. 그러니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거겠지. 나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보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정당화하고 싶어 한다. 매번 지치지 않고 그들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나의 기질이 아닐까. 스스로를 가여워하기엔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정답을 알 수 없어 모든 감정들이 깨끗이 사라질 수 있게 흘려 씻어내려 버린다.

  인간의 일생 중 가장 낭비가 아닌 정당화가 있다면 그것은 연애일 것이다. 오롯이 운명의 상대인 단 하나의 사람, 그를 위한 나의 정당화는 평생에 걸쳐 필요하니까. 순수한 사랑을 바탕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따위의 완벽히 주관적인 말들을 내 뱉어내면 된다. 연애는 연애 자체만으로도 이유가 되고 사랑은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켜 버린다. 의문 없이 올곧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연애를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나의 일생 중 가장 가치 있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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