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뒷전으로 하고 살면서 느낀 한 가지 좋은 점
2022년 10월 20일
한동안을 이렇게 지냈다. 한동안이라고 하면, 아마 1,2년쯤일까? 프리랜서가 되고 중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니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일은 계속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다. 언제 한국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지금 당장 사랑을 찾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하고 마음 한 편으론 포기하고 있었다.
오히려 연애를 뒷전으로 하고 살면서 느낀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다가오는 사람에게 관대해진다는 점. 연애 렌즈를 뺀 내 눈동자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그를 좋은 남자인지 아닌지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주변에 이성 친구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내 인생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거의 매일 같이 연락하는 친구, 가끔 통화하고 싶을 때 먼저 걸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언젠가는 이성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친구가 내게도 생긴 거다.
난 항상 새로운 이성을 알게 되면 그를 마주한 단 몇 초의 시간 안에 ‘친구 Zone’ 혹은 ‘연인 Zone’을 나누어 기억하곤 했다. 이는 마치 영화 보스 베이비에서 대부분의 베이비들이 평범히 지구 세상으로 떨어지고 남다른 몇몇은 보스로 남겨지는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 소수만이 보스 베이비라는 타이틀을 달 듯, 극 소수만이 ‘연인 Zone’에 입성했다. 영화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번 보스 베이비가 된 베이비라고 해도 그 타이틀을 버리고 평범한 가족 속에서 태어나길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두 가지 ‘Zone’에는 따뜻한 선택지 따윈 없을 만큼 이동에 냉정한 공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어떤 Zone에도 속하지 않은 이성 친구들이 생긴 거다. 그들과 계속해서 지내다 보면 몇몇은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고 몇몇은 연애 감정을 나눌 상대가 될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 갔지만, 이건 나에겐 굉장히 큰 사건이다. 그 어느 공간으로도 나눠지지 않은 이성 친구라니! 어쩌면 내가 평생을 과제처럼 느꼈던 일이 드디어 해결된 걸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의 세상엔 ‘친구 아니면 연인’이라는 이분법만이 존재했으니... 여전히 불확실한 관계는 날 불편하게 만들 때도 있다. 밥 한 끼를 데이트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오늘의 카톡이 내일까지도 이어질 것인지와 같은 것들을 마치 큰 고민이라도 되는 듯 여기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가끔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걸 조금은 뒷전으로 미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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