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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in Japan/Love, Men

연애할 시간있으면 커리어에 집중하라는 말을 기대했던 나

by 로즈마카롱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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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시간있으면 커리어에 집중하라는 말을 기대했던 나

 

 

2021년 5월 14일


  나의 엄마 N은 이 구역의 유명한 커리어 우먼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회사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일궈온 멋진 사회인이었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로서, 오전엔 충분히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었고 오후가 돼서야 출근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이런 N을 보고 자란 나는 혼자서 일하는 여성을 자연스럽게 동경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을 쯤엔 동경이 존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N과 같은 여성이 되겠다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어느덧 2달의 시간이 지났다. 봄은 온데간데 없고 여름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 시간 동안 내게 달라진 것이라곤 몇 편의 늘어난 연애 칼럼과 드라마로 배워 따낸 중국어 자격증뿐이었다.

“새벽에 일찍 눈을 뜨고 스트레칭을 하고 노트북을 열어서 글을 쓰자. 아침은 간단히 그릭 요거트로 때우고 낮이 되면 필라테스에 가는 거지. 운동 후에는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취업에 필요한 자료도 수집하고…!”

성 꼭대기에서 언제 내 인생이 시작할까를 노래하던 라푼젤처럼 사사롭지만 나다운 하루 스케줄을 만들었다. 계획적인 것을 추구하던 내가 계획에 없던 퇴사를 실행했던 만큼,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은 충분히 짜여진 것 이여만 했다.

  놀랍게도 나는 새 집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그날의 계획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차라리 연애보다 쉬운 게 구직 활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수월하기도 했다.

 

  생각에 잠겼다. 정말 구직활동이 연애보다 쉬운 것이라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우리 엄마 N과 같은 여성들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편과 사이좋은 두 자매를 둔 여성. 심지어는 완벽하게 개인적인 그녀의 사업마저 가지고 있다니! 질투가 생길 것만 같았다. 나도 언젠가는 그녀처럼 멋진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데… 엄마 N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한 연애와 탄탄한 커리어를 둘 다 가질 수 있을까. 그런 내 말에 N이 말했다.

“일단 지금처럼 매일 글을 써. 그리고 꼭 연애를 해. 네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좋은 남성들을 넘겨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만 그게 너무 걱정스러워. 연애랑 커리어는 결국 같은 맥락이라 둘 다 좋은 기회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그 사람이 사랑인지 아닌지 혹은 이 일이 성공할지 아닐지 직감할 수 없어도 그건 뛰어들면 차차 알아가게 돼.”

연애… 연애할 시간있으면 커리어에 집중하라는 말을 기대했던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로서 내가 싱글일 수밖에 없는 현재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마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진짜 연애를 하면 커리어에 집중하기도 편해지기 마련이야. 너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긴 거니까 더 이상 외롭지 않지. 오히려 힘이 날 걸? 그러니 연애를 해. ”

“아, 알겠어 엄마. 더 이상은 말 안 해도 알아. 연애랑 커리어를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영역으로 나누지 말라는 거. 새겨들었어.”

‘근데 엄마 그거 알아? 이 세상엔 커리어랑 연애하는 여성도 많아.’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차마 그 말은 뱉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운명을 믿고 있는 여성이기도 하니까. 더욱이 그 운명이 커리어보단 남성의 존재이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 글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 N에게 바칩니다. 그녀처럼 커리어와, 운명의 남성과,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은 부러움을 담아 한 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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