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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in Japan/Love, Men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의 눈으로 들었던 진실한 소리

by 로즈마카롱 202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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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의 눈으로 들었던 진실한 소리

 

2021년 5월 1일

 

  “그때 내가 J와 만났다면 지금쯤 결혼했겠지? 아니다. 그래도 그 전에 D의 마음을 받아줬으면 이별할 일도 없었을 거야! 아… 정말이지 우울하다. 분명 그땐 명탐정 코난도 울고 갈 통찰력으로 내 운명의 상대를 가려냈는데, 여전히 싱글인 이유는 뭐야?”

몇 명 채 되지 않는 핸드폰 주소록을 차례로 내려가며 친구들에게 걸었던 통화의 내용은, 누구에게나 토씨 하나 틀릴 것 없이 아쉬운 선택지에 대한 한탄 대잔치였다. 벚꽃도 져버린 5월이 되자, 어느덧 1년을 넘긴 연애 휴직 속에서 스멀스멀 외로움이 피어올랐다. 이미 사랑했고 이별한 남성들에 대한 추억 복습도 질리고 질려서 더 이상의 감회도 없었다. 그러자 맺어지지 못했던 인연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져 버린 것이었다.

  2015년 봄의 일본, 내가 독한 감기에 걸려 수업을 쉬어야 했을 때, C는 곧장 약을 사 들고 달려와 간호를 해줬다. 그사이 내 방문 앞까지 와 있던 D는 콜라와 젤리 그리고 초콜릿 (감기와는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으로 잔뜩 채운 것이었다.)이 든 검은 봉지를 문고리에 걸어두고 조심스러운 노크만을 남긴 채 돌아갔다. 나는 C와 밤을 꼬박 새운 후에야 D가 나를 걱정해 직접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17년 늦여름의 미국, Z가 뜬금없이 날 불러내 옥상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사랑을 노래했고 나를 가득 안았다. 바로 그다음 날, J는 나를 침대 옆에 걸터앉힌 후, 자신의 떨리는 본능을 억누른 채 언제까지고 나의 대답을 기다리겠노라고 말했다. 어젯밤 곧장 Z에게 나의 답가를 들려줘 버린 후였기에 J의 사랑에는 하루빨리 응답해 줄 수 없었다.

  연애라는 시험 속에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사랑하는 그를 맞춰본다.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의 눈으로 들었던 진실한 소리에 체크한다. 어쩌면 모든 문제가 주관식으로 된 ‘우리의 연애 고사’는 그때는 맞았어도 지금은 틀린 답안이라 생각되기도 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나간 연애를 나의 주관으로 채점하는 것은 언제까지고 가능할 터이지만… 지나간 인연에 대한 정답은 다시 그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서로의 기억 속에 멈춰있는 그를 추억한들, 다시 만나야만 비로소 전해지는 느낌은 따로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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